KAL기를 격추시킨 로마노프의 자살
link  관리자   2021-08-10

한국인은 뜻 아니게 신분이나 명예가 훼손당하거나 무고한 혐의를 받았을 때 곧잘 자살을 했다. 아무리 무고함을 호소했지만 납득을
받지 못했을 때 한국인은 죽음으로써 결백을 증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해서 죽고 나면 주변 사람들은 자살할 정도라면 결백하
고도 남음이 있다 하여 새삼스레 죽은 사람에 대해 동정을 한다.

죽은 후에 결백함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않지만, 드러나지 않더라도 결백한 것으로 일단 인정하게 마련이었다. 곧 한국인에게는 "죽
은 사람에게 매질하지 않는다"는 속담대로 자살은 미화의 대상이요, 모든 오염을 세척해내는 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구미 여러 나라에서는 이 같은 감상적 자학 따위는 어림도 없다.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데 자살을 하면 그 혐의를 자인하는 것
이 된다. 곧 혐의받고 있는 죄책을 자인, 죽음으로 보상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결백은 어디까지 살아서 버티면서 증명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 사회에서의 자살은 자포자기적인 행동 이상으로 보아준다는 법이 없
다.

특히 기독교문화권에서 자살은 죄악이기에, 자살자의 시체는 묘지매장을 거부당할 뿐만 아니라 거리를 끌고 다니며 사체모독을 가했
다.

빅토리아 여왕 치세의 1860년에 목을 잘라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한 사나이가 상처난 목을 치료 받은 다음, 자살하려 했다는 죄목
으로 교수형을 받고 있다.

자살자의 재산은 유족에게 상속되지 않고 봉건주에게 몰수당하게끔 돼 있어 자살을 하면 남은 식구들은 거리에 방황하는 결과까지 초래
했다.

영국의 경우 자살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은 겨우 1940년의 일이었고, 여타의 기독교문화권에서도 자살 할 수 있는 자유을 누리게
된 것은 극히 근대의 일이다.

법적으로 무죄가 됐다 해서 뿌리깊은 자살에 대한 인식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KAL기를 격추시켜 무고한 2백 69명의 생명을 원령으로 만든 소련의 총책임자 로마노프 방공사령관이 죽은 것은 사고사나 병사가 아니
라 자살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자신의 죄책을 만천하에 자인하는 그런 죽음이 된것이다. 빙산에 떠도는 오호츠크 해에 울어해매는 그 수많은 원령들이 그를 가만히 두
어두기에는 너무나 원한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인과를 느끼게 하는 응보가 아닐 수 없다.












이규태 코너 1984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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